15일 한국 증시가 미국발 기술주 투매에 휩쓸리며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한국시간 낮 12시 38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80.76포인트(8%) 내린 5,528.05를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7월 29일 거래가 20분간 중단된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해 2024년 9월 이후 최장 연속 하락을 기록할 처지에 놓였다.
낙폭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11.35%, 삼성전자는 9.70%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5.45%), 현대차(-6.38%) 등 다른 대형주도 일제히 밀렸고, 거래된 916개 종목 가운데 오른 종목은 52개에 그쳤다. 외국인은 2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원화 가치는 0.44% 떨어져 달러당 1,348.2원을 기록했다.
직접적 계기는 미국 물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9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가장 빠르게 올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베팅을 키웠다고 전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9% 떨어졌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지수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시가총액 1조6000억달러가 증발했다.

부산의 한국거래소 건물(2012년 3월 촬영 자료사진). 사진=hyolee2/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3.0
시장의 시선은 AI 투자 자금 조달에 쏠려 있다. CNBC는 브로드컴과 인텔 최고경영자(CEO)들이 12일(현지시간) 자금 조달이 AI 붐의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채권 가격이 통상 부실 신호로 여겨지는 수준까지 떨어진 점도 불안을 키웠다고 전했다. 충격은 아시아 전역으로 번져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4.8% 하락했고, 키옥시아와 소프트뱅크그룹도 각각 11% 넘게, 9.4% 급락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차루 차나나 삭소은행 수석 투자전략가는 로이터에 "기술 펀더멘털의 갑작스러운 악화라기보다는 자본 비용의 재평가에 가깝다"고 말했다. 믹소 다스 JP모건 한국 주식전략 총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된 뒤 시장이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6~12개월 관점에서는 AI 관련주가 지금보다 상당히 오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장은 이날 나올 TSMC의 3분기 실적과 케빈 워시 Fed 의장 등의 발언을 다음 변수로 꼽고 있다.
이진혁 기자 help@newsrobod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