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한 피부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와 분열을 멈춘 채 쌓이는 노화세포를 겨냥한 화장품 성분 연구가 최근 국제 학술지에 잇따라 실렸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 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에 최근 등재된 논문 3편은 유로리틴 A, 차나무 뿌리 추출물, 가수분해 효모 단백질 추출물을 각각 다뤘다. 모두 '피부 장수(skin longevity)'나 피부 노화 표지를 내세웠지만, 사람에게 직접 발라 본 임상 결과까지 낸 것은 유로리틴 A 연구 한 편이다.
유로리틴 A는 석류·베리류·견과류에 많은 폴리페놀인 엘라기탄닌과 엘라그산을 먹었을 때 장내 세균이 만들어 내는 대사물질이다. 2021년 국제 학술지 '트렌즈 인 몰레큘러 메디신(Trends in Molecular Medicine)'에 실린 리뷰에 따르면 이 물질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골라 분해하는 '미토파지'를 늘리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높이며 해로운 염증을 줄인다. 2016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가 예쁜꼬마선충과 설치류에서 이런 작용을 보고했고, 사람 대상 근거는 주로 먹는 보충제로 진행한 근육 관련 임상에서 나왔다.
셀 프레스 계열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린 이번 연구는 유로리틴 A를 먹는 대신 피부에 바르는 방식을 시험했다. 연구진은 2D·3D 재건 인체 피부 모델과 기증받은 사람 피부 조직(엑스비보)에서 미토콘드리아 호흡이 늘고 미토파지 지표가 활성화되며, 염증 매개물질과 노화 관련 표지는 줄었다고 보고했다. 인체 반복 첩포 시험으로 안전성도 확인했다. 이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위약대조 임상에서는 8주 뒤 유로리틴 A를 바른 쪽의 눈가 주름 깊이가 줄었고, 자외선B로 생긴 홍반도 약해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계도 분명하다. 논문 초록에는 임상 참가자 수나 효과 크기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본문 데이터로 따져 봐야 한다. 임상시험 후원사는 유로리틴 A를 '미토퓨어(Mitopure)'라는 이름으로 상용화한 스위스 기업 아마젠티스다. 논문의 이해상충 항목에는 일부 저자가 이 회사 직원·주주이자 관련 특허의 발명자이고, 로레알 소속 연구자도 저자로 참여했다고 밝혀져 있다.

차나무(카멜리아 시넨시스) 잎. 이번 세놀리틱 연구에는 차나무 뿌리 추출물이 쓰였다. 사진=Forest and Kim Starr/위키미디어 공용, CC BY 3.0 US
학술지 '실험피부과학(Experimental Dermatology)'에 실린 연구는 차나무(카멜리아 시넨시스) 뿌리 추출물이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없애는 '세놀리틱' 성질을 지녔는지 살폈다. 연구진은 사람 진피 섬유아세포에 항암제 독소루비신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를 처리해 인위적으로 노화를 유도한 뒤 추출물을 넣었다. 추출물은 농도에 비례해 노화세포의 생존율을 낮췄고, 그 효과는 정상 세포보다 노화세포에서 더 뚜렷했다. 노화세포가 내뿜는 염증성 분비물(SASP)도 줄었고, 노화 섬유아세포 배양액을 쓴 실험에서는 피부장벽 관련 표지가 늘고 색소 생성이 약해졌다. 연구진은 기증 피부 조직 실험으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사람에게 직접 바른 임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저자 전원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소속이며, 논문은 이 추출물을 '세노뮨(SENOMUNE)'으로 표기했다.
학술지 '스킨 파마콜로지 앤드 피지올로지(Skin Pharmacology and Physiology)'에 실린 연구는 이른바 '장수 유전자'로 불리는 시르투인 계열 효소 가운데 SIRT6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가수분해 효모 단백질 추출물(HYPE)로 일련의 시험관 실험을 진행했다. 추출물을 처리한 각질형성세포에서는 SIRT6 단백질 발현이 늘었고, 자외선B를 쬔 뒤의 NF-κB 매개 염증과 DNA 손상이 줄었다. 노화한 진피 섬유아세포에서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가 느려졌고, 3D 피부 모델의 멜라닌세포에서는 멜라닌 함량이 감소했다. 동물이나 사람 대상 실험은 없었다. 연구진은 이 성분을 '눈에 보이는 노화를 되돌리도록 설계된 스킨케어 제형에 넣을 수 있는 잠재적 성분'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는 세포 실험에 근거한 가능성 제시에 그친다.
세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 노화세포 제거, 장수 관련 효소 활성화라는 서로 다른 경로로 같은 '피부 장수' 개념을 겨냥한다. 다만 세포·조직 실험에서 관찰된 변화가 실제 사람 피부에서도 같은 크기로 나타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람 대상 결과가 있는 유로리틴 A 역시 기업이 후원한 연구다. 소비자는 '장수'나 '노화 역전' 같은 문구가 붙은 제품을 볼 때 성분 농도와 함께, 근거가 세포 실험인지 사람 임상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 좋다. 화장품 성분 연구는 질환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이 아니므로, 피부 질환이 있다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이진혁 기자 help@newsrobod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