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식품 원료를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성분으로 쓰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 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에 지난주 등재된 논문 2편은 전분에서 얻는 올리고당 '말토테트라오스'와 건강기능식품으로 익숙한 '콜라겐 펩타이드'를 각각 다뤘다. 두 논문 모두 식품과학 학술지에 실렸고, 연구진은 식품 등급 원료가 안전성과 생체 적합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화장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토테트라오스는 포도당 4개가 사슬처럼 이어진 올리고당으로, 전분을 효소로 분해해 얻는다. 중국 장난대 식품과학 연구진은 학술지 '푸드 리서치 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 실린 논문에서 이 성분이 보습과 가려움 완화 가능성이 보고돼 왔지만 살아 있는 동물에서 체계적으로 확인한 근거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세톤·에테르·물로 처리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 만성 가려움 생쥐 모델(C57BL/6J)에 말토테트라오스를 발랐다. 그 결과 생쥐가 피부를 긁는 행동과 피부염 정도가 줄었고 피부 수분과 장벽 기능이 좋아졌다. 장벽 관련 단백질 발현과 항산화 효소 활성은 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비만세포의 탈과립은 줄었다. 가려움 신호와 관련된 TRP 이온통로와 서브스턴스P 신호 지표, 피부 신경섬유 밀도도 낮아졌다. 16S rRNA 분석에서는 피부 미생물 가운데 비피도박테리움 등의 비율이 늘고 슈도모나스는 줄었다.
다만 이 결과는 생쥐 실험에서 나온 것이다. 논문 초록에는 실험 동물 수와 바른 농도가 나와 있지 않고, 연구진도 미생물 변화 등은 개선과 '연관된' 변화라고 표현해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해상충이 없다고 밝혔다.

콜라겐 삼중나선 분자 모형. 콜라겐 펩타이드는 이 단백질을 잘게 분해한 것이다. 사진=Nevit Dilmen/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3.0
중국 화난이공대 식품과학 연구진은 학술지 '푸드 케미스트리(Food Chemistry)'에 콜라겐 펩타이드를 여러 산도(pH) 조건에서 가열했을 때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피부 광노화 억제 활성이 달라지는지를 보고했다. 광노화는 자외선 때문에 피부 콜라겐이 분해되면서 주름과 탄력 저하가 생기는 현상으로, 콜라겐 분해 효소인 MMP-1이 핵심 역할을 한다.
가열한 콜라겐 가수분해물은 MMP-1 억제율이 유의하게 높아졌다. 대신 콜라겐 특유의 하이드록시프롤린(Hyp)을 품은 짧은 펩타이드는 줄고, 아미노산 2개가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 '고리형 디펩타이드'가 새로 생겼다. 시험관 실험에서 류신과 하이드록시프롤린으로 된 cyclo(LO)는 MMP-1을 64.12%, 글리신과 프롤린으로 된 cyclo(GP)는 52.81% 억제해, 직선형 펩타이드(21.28~41.14%)보다 억제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고리 구조가 더 단단해 효소와 잘 결합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고리형 디펩타이드 6종은 자외선A로 손상된 섬유아세포의 생존율도 높였다.
이 연구 역시 효소 반응과 배양 세포 실험에 그친다. 초록에는 실험에 쓴 농도가 제시되지 않았고, 피부에 발랐을 때 흡수되는지나 동물·사람에서 주름이 줄어드는지는 시험하지 않았다. 먹는 콜라겐 제품의 효과를 다룬 연구도 아니다. 연구진은 이해상충이 없다고 밝혔다.
두 연구는 식품 원료를 피부 성분으로 확장하려는 흐름을 보여 준다. 그러나 효과가 확인된 범위는 생쥐와 세포 실험이다. 소비자는 '식품 유래', '먹어도 되는 성분' 같은 문구를 피부 효능의 근거로 받아들이기보다, 해당 성분이 사람 피부에서 시험됐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좋다. 화장품 성분 연구는 질환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이 아니므로, 가려움이나 피부염이 계속되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이진혁 기자 help@newsroboda.com





